과학철학

철학과 문명

초끄네끼 2022. 10. 3. 14:11

사람을 동물과 구분 지을 수 있는 여러 기준 중에 지성이 있다. 지성은 사람이 터득한 특질 중에 기장 최근의 것이랄 수 있다.
돌을 다듬어 도구를 만들고, 불을 만들 수 있는 단계를 지나, 언어를 통해 추상적 개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점에서 지성은 싹트고 있었다.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한 고민도 이 무렵부터 시작되었을 거라 추측할 수 있다. 그러한 고민으로부터 종교와 철학이 나왔고, 자연과학이 시작되었다.

Sid Meier's Civilization® VI

고대에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 철학을 고민하였다. 대부분은 먹고 살기 바빠서 철학적 고민을 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문명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었고, 그 여유를 통해 사람들은 지성적 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로 문명은 다시금 발전하는 이런 선순환을 ... 지금 우리가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문명의 대가로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사실 시간의 여유는 문명 발전과 더불어 더 많아졌는데 우리가 정작 그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쓸데없는 무언가에 빠져 사는 것은 아닐까?

 

문명이 발전하면서 더 많은 이들이 거대담론이나 철학이나 과학적 진리 탐구에 열정을 주기는 커녕, 너무 표면적이고 말초적인 일들에만 탐닉하는 듯해서 답답하다.

독서를 하는 사람들보다, 게임이나 동영상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이 보인다. 게임? 재밌다. 동영상? 압축적으로 뭔가를 휙~ 접하고 이해하기에 참 좋은 수단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탐닉하는 것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집단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출퇴근 복잡한 시간에 거리나 대중교통 공간을 보라. 한켠으로는 먹고 살기 바빠 여유 시간이 없다면서도 한켠으로는 게임하느라 동영상 보느라 느릿느릿 휘적휘적 걸으며 정작 진짜로 바쁜 사람들의 길을 막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아주 심하게 말하면, 철학도 없고, 지성은 고갈되며, 다른 이들의 길에 대한 배려도 없는 그런 시대가 점점 도래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뭔가에 획일적으로 빠지면 그 결과는?

문명의 퇴보다.

 

나는 이걸 누군가 기획했다고 보는 그런 음모론에 빠진 사람은 아니다. 다만, 자본적 이익의 추구에 모두 열심히 매달리다 보니 지성에 기반한 철학적 관점으로 인류의 미래와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점점 드물어지고 결국은 자본 이익이라는, 물리적 실체가 전혀 없는 괴물의 관성에 우리가 매몰되어 버리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든다. (이런 것도 결국 음모론 중 하나로 불릴 수도 있겠다 ㅎㅎ.)

 

어떤 이들은 게임에 탐닉하더라도,

나의 시간 일부는 게임에 할애하더라도,

다른 어떤 이는 또는 나의 시간 다른 일부는 좀 더 길고, 더 신비하고, 알고 보면 더 매력적인 그런 학습과 토론에 집중하고 매달릴 수 있다면 결국 우리 모두가 정신적으로 더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