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플라시보, 영생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 다르다. 담배를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이 있는 (쿨럭 -_-;) 반면, 담배 연기를 극혐하는 사람도 있다.
술, 반려동물, 취미, ... 지구 인구가 80억명 정도 되는데 그 기호는 따라서 80억가지라는 말도 있다. 한편으로는 유전자의 통계적 모수 한계상 외모가 정말 똑같이 생긴 사람이 현 시대에 여럿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성격/기호까지 똑같을지 여부는 내 지적 능력 바깥이므로 알 수 없다.
종교 중에 유일신 계열을 믿는 이들은 흔히 영생을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천국과 지옥도 말한다. 믿으면 천국, 안 믿으면 지옥.
칼 세이건이 그랬던가? 자기를 믿지 않는다 해서 인간을 지옥에 보내는 수준의 신이라면 나는 차라리 지옥에 기꺼이 가겠다고.
나는 이 말에 정말 동의한다. 자기를 따르면 천국, 아니면 지옥이라는 수준의 신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면 그 천국이 곧 지옥 아닐까? 내가 뭔 개도 아니고.
장수 또는 영생을 꿈꾸는 이들의 심리에는 비슷한 면이 하나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또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 망각에 대한 두려움은 영생의 꿈으로 드러나고, 고통에 대한 두려움은 장수 희망으로 표현된다. 물론 그들은 대체로 이런 이면을 인정하지 않지만.
영생은 그 단어 자체가 무한을 품고 있다. 영원은 무한과 거의 동급이다. 영원은 무한한 반복을 포함한다. 무한한 새로움도 무한이라는 개념 앞에서는 결국 반복이라는 범주에 포함된다.
100년을 살기 아쉬워서 200년을 살 수 있다 치자. 이거 정말 지겹지 않을까? 삶의 행복은 순간의 흐름을 즐기는 것에 있지, 은행 잔고를 쳐다보는 식으로 쌓아 놓은 것을 바라보는 것에 있지는 않다. (큰 잔고를 보는 순간의 기쁨은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일 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 현대 과학이 밝힌 사실 중 하나다. 영원하지 않은 것은 곧 죽음이 있다는 뜻이며 죽음 앞에서는 그것이 고통이든 그냥 받아들이든 종말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플라시보(위약) 효과라는 단어를 알기 이전에 가짜 술에 취한 적이 두 번 있다. 위조/불법 술이 아니라 알고 보니 무알콜 음료인데 장작 마실 때는 술인 줄만 알고 들이켰다가 내 마음이 작동해서 취한 것이다. 재밌는 점은, 내가 마신 것이 가짜 술임을 알고 나서도 술이 잘 안 깨더라는 것.
종교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믿는 이에게는 천국과 지옥과 영생이 있고, 그걸 안 믿는 이에게는 그 모든 것이 그냥 가짜.
종교를 실로 신실하게 믿는 이는, 설령 육체적 죽음이 물리적으로는 망각으로 가더라도 그 자신은 영원을 살 것이다. 0과 무한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것은 수학(적 증명까지는 모르겠으나.. 나같은 일반인들의 이해 수준에서는 추론)적 근거가 있다. 제논의 역설이 완전히 틀렸다 말하기는 좀 어렵다.
똑같은 약을 먹고도 누구는 건강을 되찾고 누구는 그냥 죽음으로 내닫는다.
각자 갈 길을 가면 된다. 다만, 자신의 믿음을 다른 이에게 공해 수준으로 강요하지만 않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