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 기원에 관한 단상
우주는 빅뱅에서 시작되었다. 관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시기는 약 140억년 전후해서 그 오차 범위도 점점 좁혀지고 있다. 1억년도 상상하기 힘든 긴 시간인데 140억년이라 ... 그 정밀도는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우리 일반인들은 그냥 대략 140억년 정도라면 이해하면 충분할 것이다.
빅뱅이 왜 생겼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 우주가 유한한지 무한한지에 대해서도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아마, 무한하지 않을까?'가 약간 더 대세인 것 같다.
빅뱅은 있었고, 우주는 팽창 중이다. (가속 팽창을 하다가 엄청나게 먼 미래에는 공간조차 찢겨져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현재 지배적이다.)
빅뱅 이후 공간이 식어가면서 물질이 등장했고 이들 물질은 중력의 법칙에 따라 뭉치기 시작했다. 우주 초창기에는 수소와 헬륨만 있었다. 그런데 수소와 헬륨이 뭉쳐서 별이 되고 이 별들의 중심에서는 핵융합이 일어나면서 점점 더 무거운 원소들이 나타나고, 별이 죽으면서 공간에 흩뿌린 잔해들이 다시 모여 별이 되고 이번에는 조금 더 무거운 원소들이 나온다. 그렇게 해서 100여 종류의 원소들이 등장하고, 문명을 발전시킨 인간들은 드디어 더 무거운 인공 원소를 만들기도 한다.
무거운 원소는 핵융합, 초신성 폭발, 중성자별 충돌 등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모든 현상의 배경에는 별이 있고 별이 핵융합을 만들 수 있는 근원은 중력이다.
태양 핵융합은 지구에 에너지를 전해준다. 태양 에너지를 먹고 살던 고대 생명들의 화석이 석유가 되었고, 석유는 인류 문명 발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오다가 요즘은 기후 변화 때문에 욕을 좀 먹고 있다.
한편 지구 깊숙한 곳에 가라 앉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도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제공하는데 이 원소들도 결국은 별의 일생을 통해 만들어진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4대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그리고 약한 핵력이다. 이 4개의 힘이 어우러지면서 절묘한 핵융합이 일어나는데, 이 힘들이 어우러지도록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결국 중력이다.
과학적 엄밀함이 아닌 일반인 수준에서는 에너지의 기원이 중력에 있다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중력은 4대 힘 중에 유달리 약하다. 그런데 우주 모든 곳에 다 퍼져 있다. 중력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끔은 중력이 귀찮을 때도 있다. 특히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그런데 중력이 없었다면 에너지가 없었을 것이고 당연히 삶도 없었을 것이니 고마워해야 마땅하다.
물질 자체가 에너지와 등가임은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E=mc^2을 통해 이미 알려졌다. 그런데 가만히 있는 물질을 모조리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없다. 화학 반응을 하거나, 핵융합을 하거나, 아니면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해서 반물질을 만들어서 물질-반물질 붕괴로 에너지를 얻거나. 아직은 이런 방법 밖에는 없는데 이 모든 근원에는 다시금 중력이 있다.
진공 에너지나 암흑 에너지 탐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중력 덕분에 얻어진 에너지에 지구상 모든 생명이 기대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