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뜨는 원리
비행기가 뜨는 원리라 하면 으레 베르누이 원리부터 나오고, 뭔가 어려울 듯한 얘기들이 마구 마구 나온다. 사실 그런 거 다 필요 없다. 비행기는 딱 두 가지 원리가 따로 또는 결합되어 뜰 수 있다. (본 주제에서 로켓은 일단 제외한다.)
첫째, 공기역학적인 반동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대량의 공기를 아래쪽으로 밀어내면 그 반동으로 비행기는 뜰 수 있다. 그림에서처럼 아주 매끄러운 날개를 만들지 않아도, 아래쪽으로 공기를 밀 수만 있다면 그 어떤 형태의 물체도 공기 중에서 위로 띄울 수 있다. 각도만 적당히 주고, 약간 무식할 정도의 추력만 붙일 수 있다면 일반 승용차나 버스도 별 날개 없이 공중에 띄울 수 있다. 물론, 대단히 무식한 즉, 비실용적인 결과가 되겠지만, 공학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왜냐, 물리적으로 가능하니까.
공학적으로 가능한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물리적으로 가능하다 해서 현재 공학적으로 다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 즉, 상업성도 물론 생각해야 할 요소다. 그래서 버스도 공중에 띄울 수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서 안 하는 것일 뿐.
둘째, 비행기를 공기보다 가볍게 만들면 된다. 간단하다. 열기구, 비행선 등등 모두가 부력이라는 원리를 이용한다. 역사적으로 진짜 비행기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열기구는 이미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주 자유롭게는 아니지만.)
공기역학적인 반동은 어떻게 만들까? 제일 단순한 방법은 비행기 아래쪽으로 공기를 마구 뿜는 것이다. 아이들이 (물론 어른도 ^^;) 풍선에 입바람을 가득 넣었다가 하늘에 던지면 비록 제어는 안 되지만 풍선이 여기저기 난다. 사실 이건 로켓에 더 가깝지만 공기를 밀어 내어 반동을 얻는다는 점에서 똑같다.
단순한 방법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비효율적이다.
우리가 여름에 쓰는 부채. 부채를 흔들면 바람이 나온다. 비행기 날개도 결국은 부채와 거의 같은 원리로 하늘에 뜨는 힘 즉, 양력을 낸다. 온갖 복잡한 (그리고 깊이 들어가면 상당히 쓸모 있는, 그러나 일반인 입장에서 굳이 깊에 알 필요는 없는) 원리들이 작용해서 날개 주위에 양력을 만들지만 기본적으로는 공기를 아랫쪽으로 미는 반동이 양력의 근원이다.
헬리콥터를, 아니 요즘 많은 이들이 즐기는 드론을 생각해보자. 프로펠러가 돌아서 공기를 아래로 밀고 그 반동으로 드론이 위로 뜬다. 그 아래 서 있으면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조금 전문적인 표현을 쓰자면 공기를 아래로 미는 현상은 비행기 동체나 날개의 위 아래 사이에 압력차를 만드는 것에서 나온다. 버스도 중심만 잘 잡고 강력한 추력이 있다면 버스 아래에 더 큰 압력을 만들 수 있고 그래서 버스도 공중에 뜰 수 있다.
우주로 바로 쏘는 로켓 말고 무기로 쓰는 미사일은 수평으로 날아가는데 미사일도 자세히 보면 약간의 받음각 즉, 고개를 약간 드는 모양새를 유지함으로써 미사일이 앞으로 날아갈 때 아랫면에 더 높은 압력을 만들며 그래서 미사일이 땅으로 향하지 않고 상당거리를 양력을 유지하면서 날 수 있다.
비행기 또는 새가 하늘을 나는 원리는 이렇듯 단순하다. 다만, 더 잘 날기 위해, 더 적은 연료를 쓰기 위해 수많은 기술자들이 고민을 해서 만들어낸 모양이 오늘날 보는 비행기들이 되었다.
양력을 주로 내기 위한 날개, 비행하면서 안정성을 유지하고 필요할 때 조종을 하기 위한 수직 및 수평 꼬리날개들을 대부분의 비행기들이 비슷하게 가지고 있다.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면서 수직/수평 꼬리날개가 없는 비행기들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 공군의 전략 폭격기인 B-2가 그 대표적인 모양이다.
B-2는 날개만 있는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적의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결과다. 그런데 수직/수평 꼬리날개가 없다 보니 안정성을 유지하거나 방향을 바꾸는데 날개 끝쪽의 여러 조종면들이 수시로 움직여줘야 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커다란 수직/수평 꼬리날개가 없다보니 재빠른 방향 전환은 상대적으로 둔한 편이다. 그래서 스텔스 전투기들은 여전히 커다란 수직/수평 꼬리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신 레이더 포착 가능성은 좀 더 올라간다.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대단히 힘들다.
결론적으로 비행기는 위와 아래의 압력 차이를 발생시켜서 하늘에 뜬다. 그리고 앞부분에서 잠깐 다루었던 부력도 위와 아래의 압력 차이 때문에 만들어지는 힘이다.
부력의 근본 이유는 중력이다. 지구가 공기를 붙잡고 있다 보니 아래쪽 공기 압력이 위쪽보다는 미세하게 더 높다. 그래서 공기보다 가벼운 밀도로 비행기(정확하게는 기구라 불러야겠지만)를 만들면 두둥실 뜬다. 대신 무지하게 크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부력은 공기역학적 반동은 절대로 아니다. 정적인 즉,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도 발생하는 힘이다.
그런데 날개를 적절히 잘 설계하고 이걸 앞으로 밀고 나가는 힘을 제공하면 넓직한 날개가 전진하면서 그 주위로 압력 차이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런 동적인 즉, 전진 운동에 따른 압력 차이는 공기의 반동으로부터 만들어진다.
한말 또하고 또하는 것 같지만, 이 글의 목적은 어떤 현상을 너무 어렵게만 배울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썼다. 너무 어렵게만 배우느라 쓸데없는 시간 많이 쓴 듯한 후회가 커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도심항공교통. 영어로 UAM(Urban Air Mobility)이라 불리는 탈 것이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 라이트 형제가 100년도 전에 비행기를 만든 이래 우리나라는 줄곧 항공 후발국이었다. 물론 이제는 전투기도 만들고 수출도 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그래도 우리가 항공산업의 세계적 주도권을 가졌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
그런데 UAM은 완전 새롭게 만들어지는 탈 것이다. 그래서 여러 자동차 회사들도 여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크게 보면 날아다니는 것이니 그래도 범주를 굳이 나누면 이건 항공 산업이다.
우리나라도 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하여 잘하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너무 이론적으로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쉽게 쉽게 이해하면서 준비하면 좋겠다. 그리고 정부는 이런 신산업에 대해 규제나 법을 과감하게 확 풀어주면 좋겠다.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혼자 타서 혼자 다치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지만) 하는 경우라면 그냥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구역들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
샌드박스라는 용어가 있다. 원래 뜻은 아이들이 모래 마당에서 맘 놓고 놀듯이, 기업들 마음대로 한번 놀아보세요라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기에도 자꾸 규제를 걸거나 규정을 만드려는 것 같다. 안전을 지향하는 것은 좋지만 모험가들은 목숨도 걸 수 있는 사람들이니 안전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을 절대로 다치게 하지 않음을 보장부터 하라고 하는 식이 아닌, 혼자 다치거나 죽으면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며 대신 다른 이들에게 안전 피해가 가면 그건 보상해라 식으로 확 풀어줬으면 좋겠다.
버스를 하늘에 날리겠다는 (사업적으로는 말도 안 되지만, 기술적으로는 의미가 충분한) 사람에게도, 그래 한번 해보세요. 단 혼자만. 이 정도로 과감한 허용을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