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기술

공기 중 음속, 압축성, 그리고 충격파

초끄네끼 2022. 12. 19. 11:38

충격파 주위로 수증기가 응결되면서 눈에 보일 때가 있다

공기 중 음속은 초속 340미터로 대표된다. 좀 더 정밀하게 말하면 공기 중 음속은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음속은 좀 더 빨라진다.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인 음속은 고체에서 제일 빠르고 액체가 다음이며 기체가 제일 느리다. 가만 생각하면 당연하다. 소리는 매질을 이루는 원자 또는 분자들의 충돌을 통해 전달된다. 분자가 빽빽하게 들어찬 매의 소리 전달 속도가 더 빠를 것은 자명하다.

 

공기는 압축성이 크다. 달리 말하면 말랑말랑하다. 플라스틱 음료수 병에 물을 채우고 뚜껑을 꼭 닫으면 웬만해선 누르기 어렵다. 그런데 공기만 채운 경우는 손 힘 만으로도 쉽게 누를 수 있다.

물은 액체라서 빈 틈이 별로 없다. 하지만 공기는 분자간 평균 거리가 분자 크기에 비해 10배가 넘는다. 눌러서 압축할 여지가 많다. 공기에 엄청난 압력을 가해서 분자간 평균 거리를 거의 없애면 10의 세제곱 즉, 천배 정도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물의 밀도는 공기보다 800배 정도 더 크다. (대략 천배 되는 수치다.)

 

소리는 분자들의 충돌을 통해 전달되는데, 공기(기체)는 분자간 평균 거리가 크기 때문에 충돌 없이 지나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공기 분자가 다른 분자와 부딪히기 위해서는 평균 거리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날아야 한다. 서로 부딪히기 위해 날아가는 거리의 평균을 평균자유행로(mean free path)라고 한다. 공기의 평균자유행로는 분자 크기의 약 200배 정도 된다. 그래서 공기 중 음속은 물보다는 한참 느리다.

 

물 속 음속 = 초속 1,500m. 공기보다 네 배 이상 빠르다.

 

물은 비록 분자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지만 그래도 흐른다는 특성이 있다. 소리라는 충돌 현상이 서로 빗겨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얼음은? 얼음은 고체다. 따라서 물보다 음속이 더 빠를 것임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얼음 음속 = 초속 3,230m. 물의 대략 두 배

 

고체가 되었다면 더 단단할수록 즉, 분자나 원자간 결합이 더 강할수록 소리의 전달이 더 빠를 것이다. 쇠는 얼음보다 강하다. 강철의 음속은 초속 5,000미터가 넘는다.

 

자, 다시 기체인 공기로 돌아가자.

 

매질들 중에 음속이 느릴 뿐이지, 초속 340미터라는 속도는 우리 일상의 기준으로 보면 대단히 빠르다. 눈 깜빡할 새 정도의 속도에 충분히 해당한다. 그런데, 인류는 비행기를 만들고 로켙을 만들면서 마침내 음속의 한계도 돌파했다.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희한한 현상이 하나 생긴다. 충격파.

가만히 있는 공기 사이를 비행기가 날아간다는 것은 공기 중에 교란을 주는 것이다. 어라, 뭐가 밀고 들어오네? 이러한 교란은 소리의 속도 즉, 음속으로 사방으로 전파된다. 그래서 공기가 미리 슬쩍 비킬 수 있으며 얼마나 슬쩍 잘 비키느냐에 따라 비행기의 저항인 항력이 달라진다.

 

그런데 비행기가 점점 더 빨라져서 소리의 속도에 가까워지면 비행기 앞부분으로 날아가는 교란 정보는 아무래도 비행기에 따라잡히게 된다. 드디어, 비행기가 소리보다 더 빨라지면?

이제는 비행기 앞으로는 비행기가 간다는 정보가 더 이상 전달될 수 없다. 비행기 앞쪽에 있던 공기 분자 입장에서는 느닷없이 뭔가 부딪혀오는 셈이다. 이게 바로 충격파 현상이다.

 

https://interestingengineering.com/science/how-the-astounding-sonic-boom-phenomenon-actually-works

충격파를 전후해서는 여러가지 공기역학적 현상이 거의 불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압력이나 온도 차이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근처에 (사실은 상당히 먼 거리까지도) 있으면 '소닉 붐'이라는 뻥하는 큰 소리를 듣게 된다.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 압력의 큰 차이. 말로 써서 길지, 달리 말하면 이건 폭발음의 일종이다. 탄산음료나 맥주병처럼 큰 압력이 저장되어 있던 병의 뚜껑을 갑자기 따면 뻥 소리가 난다.

 

목숨까지도 바쳤던 많은 선구자들 덕분에 우리는 충격파 현상을 이렇게 담담히 말할 수 있지만, 이러한 탐구와 노력과 도전 이전에는 사람이 초음속에 도달할 것이라는 상상 자체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