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다껌

우주, 인류, 지성, 그리고 지속가능성

초끄네끼 2024. 7. 24. 12:50

태초에 우주가 태어났다. 지금의 우리 우주가 여러번 반복되었는지, 또는 이것과 똑같은 다른 우주가 어딘가 또 존재하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다만 우주가 영원한 과거로부터 계속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무한한지 아니면 유한한지 여부도 아직은 불확실한 우주지만 그 탄생 이후 우주는 계속 변화를 겪고 있다. 수소와 헬륨이라는 두 단순한 원소들 밖에 없었던 초기 우주에서 별이 태어났고, 별들은 태어남과 죽음을 거듭하며 더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 공간으로 내뿜었다. 별의 삶을 통해 나타난 더 무거운 원소들이 뭉쳐 행성을 이루고 그 수많은 행성 중 하나에서 생명이 나타났다. 생명은 그로부터 진화를 거듭하여 인류를 탄생시켰다.

원시 인류와 현대 인류 사이 어디쯤에서 지성이 나타난다.

 

지성은 지능과는 다르다. 지능은 생존본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개도 소도 어느 정도의 지능은 있다. 어떤 침팬지가 사람처럼 옷을 입고, 의식주에 관한 한 사람과 비슷한 일상을 영위한다 해도 우리는 그 침팬지가 지성을 가졌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지구에서는 추상적 개념을 가지고 문자를 쓰며 삶과 우주의 의미를 고찰하는 생물로는 인간이 유일하다. 인간이 지구 위 생명 중 가장 우월한 존재라는 뻐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인류는 어떤 방향을 추구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기 위해 지성을 중요시해야 한다.

 

개미는 하나의 개체로서는 미약하지만 집단이 되면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 한 개인의 지성도 중요하지만 인류라는 집단의 창작물로서, 또는 우주가 우리에게 부여한 선물로서 지성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더 커다란 세상을 볼 수도 있다. 지성은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 인류의 자산으로 가꾸고 길러야 한다.

개체로서의 개미가 없다면 개미 집단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존재할 수도 없다. 집단에 속하지 않은 개미는 개미로서의 큰 의미나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인류 안에 사람이 있고 사람이 모여 인류를 만든다. 지성은 창발된 특질일 수도 있다. 원시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지성이 싹을 틔었고 지성이 등장함으로써 인류의 지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성은 미약하다. 인간은 무기를 만들었고 오늘날의 무기는 순식간에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를 초토화시킬 수도 있다. 인간이 추구해온 물질문명은 기후 변화라는 위기 상황을 낳았다. 인류가 멸망하면 지성도 사라진다.

우주 저 너머에는 또다른 지성이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하고 싶다). 지구 위 인류가 멸망한들, 생명계가 몰살하지 않는 한 또다른 지적 생명이 진화하여 새로운 지구 문명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 지구는 인류로 인해 우주의 외로운 먼지가 되어버릴 순 있어도 저 멀리 어딘가의 누군가들이 우주의 지성을 계속 키워나갈 수도 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허무주의나 패배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성은 미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 지키고 키워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하냐고? 우주는 우리를 만들었고 우리는 삶을 영위하는 이 축복과 은혜의 소중함을 이해하여 지성을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그래야 하냐고? 그거라도 안 하면 삶이 너무 허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