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외계 지적 존재를 찾아서

초끄네끼 2024. 3. 25. 12:46

인류가 우주 최초의 지적 존재일 수도 있다는 추론이 있다. 증명할 수는 없다. 인간은 아직 태양계를 못 벗어 났으니 다른 별 세계에 어떤 생명이 어떤 수준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인류보다 훨씬 발전한 문명이 우리를 찾아올 수도 있다. 인간이 현재 이해한 물리 법칙과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을 볼 때 가장 가까운 이웃별에 가는 것조차 아직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비록 수동적이지만 누군가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만일 인간이 우주 최초의 지적 존재라면 우리는 당분간 정말 외롭게 살아야 하겠지만.

 

나는 한 때, 성간 비행을 달성한 문명이라면 무척 평화로울 것이라는 공상을 했었다. 그런데 인간의 지난 역사와 앞으로의 방향을 보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을 잡아먹으러 오지야 않겠지만, 에너지를 수탈하러 올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자기네 별 세계의 자원과 에너지를 다 소진한 다음 다른 별 세계의 자원과 에너지를 찾아 나서는 문명. 성간 비행 능력을 달성한 문명이 볼 때 지구 문명은 아주 원시적이겠지. 그들 세계에서도 논쟁은 있을 것이다. 지구에도 지적 존재가 사니 최소한 지구는 건드리지 말자고. 하지만 외계 문명이 태양 에너지를 수탈하기 시작하면 지구는 결과적으로 망한다.

뭔가 양심이 있는 문명이라면 지구 반대쪽에서 태양 에너지를 채취할 수 있다. 성간 비행을 달성할 정도의 문명이라면 이 정도 양심은 있을 거라는 기대만 할 수밖에.

 

파괴적이 아닌, 평화적인 외계 문명이 인류에게 존재를 드러내면 인간들은 평화로와질 수 있을까? 인간의 특성으로 볼 때 외계 문명이 처음 등장할 때는 엄청난 화제가 되겠지만, 길어야 1년? 인간들은 외계 지적 존재를 그냥 또 당연히 받아들이고 살 것이다. 발달된 문명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거나 모방을 하여 돈벌이를 꾀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나올 것이다.

 

자연의 많은 현상들이 가우스 분포를 따르지만 여기서 벗어나는 대표적인 특성이 인간이 지금껏 고안하고 유지하는 시장 경제다. 부를 가진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는 가우스 분포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아주 좁은 가우스 곡선이 이상적인 사회다.

 

핵을 통제하지 못하고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는 문명은 지속 가능성이 매우 낮다. 경제 구조가 가우스 곡선을 닮으려면 계몽이 필요하다.

 

성간 비행을 달성한 외계 지적 존재가 우리에게 적대적일 수는 있지만, 자기네 내부적으로는 계몽 수준이 무척 높을 것이다. 계몽 수준이 높다고 해서 우주적 규모로 자애롭다는 장담은 못하지만.

 

결국 고민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발달된 외계 문명이 우리를 찾아준다면 그 나름 역사적인 순간이겠지만, 아무리 봐도 뭔가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다. 그들이 우리를 찾아 온다면 말릴 수는 없겠지만 그에 앞서 인류는 스스로 계몽을 해야 한다.

계몽이 필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과학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확인 공중 현상(UAP)  (0) 2025.04.10
Flashforward  (0) 2023.11.20
자면서 꿈을 꾸는 이유, 그리고 존재의 이유  (0) 2023.05.02
과학 소설 - 삼체  (0) 2023.03.13
냄비 속 개구리, 기후 문제  (0) 2023.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