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정성 원리와 불완전성 정리. 우리 말로 하면 음절수와 발음마저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불확정성 원리는 영어로 uncertainty principle.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업적)
불완전성 정리는 영어로 incompleteness theorem. (수학자 괴델의 업적)
불확정성 원리는 그 어떤 측정에도 정밀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시간도, 위치도, 운동량(쉽게 말하면 질량)도 완전히 정밀하게 측정할 수는 없다는 한계를 두는 이론이자, 아직도 반박이 되지 못한, 그래서 이제는 자연의 원리 중 하나 아닌가 여겨지는 현상이다.
불완전성 정리는 증명 불가능한 것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위대한 발견이다. (또는 발명이다.) 좀 더 자세한 수학적 설명이나 증명은 너무 어려워서 생략한다 ㅎㅎ. (나는 그냥 수박 껍질 핥는 정도로만 안다. 다만, 논리적으로 완전한 것은 없다는 정도로만 어렴풋이 ...)
불확정성 원리는 물리의 영역에서, 불완전성 정리는 수학의 영역에서 그 한계를 인정한 것이며 이는 우주 또는 진리 앞에 우리가 모르는 것이 분명히 있음을 인간 스스로 밝혀낸 위대한 역작들이다. (학문이 더 발전하면 이것조차 뛰어넘을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천체 물리학이 발전하면서 우주적 규모로 "미지"의 영역을 밝혀낸 것도 있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그들이다. 암흑 물질은 은하계 규모에서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게 도대체 뭔지를 아직 모르는 것이고, 암흑 에너지는 우주적 공간 크기에서 분명히 관측되는 현상인데 그 정체를 모르는 에너지다. 우주 속에 존재하는 에너지와 물질 중 우리는 불과 5% 남짓 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불확정성 원리의 등장으로, 적어도 현재 인간의 능력으로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불완전성 정리는 논리적으로 완전무결한 것은 없다는 증명이다.
상대성 원리의 경우,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 발견된다면 이론의 견고함은 깨진다. 그런데 아직까지 빛보다 더 빠른 정보 전달 방법은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 측정의 정밀도가 불확정성 원리가 말하는 것보다 더 세밀하게 들어갈 수 있다면 불확정성 원리는 깨진다. 수학이 더 발전해서 불완전성 정리의 모순(?)을 누군가 증명한다면 마찬가지로 그 정리는 깨진다.
단, 이러한 미지의 발견은 인간의 인식을 한층 더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안타깝지만, 아직도 열역학 법칙을 벗어나는 발명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이들 대부분은 자기만의 논리와 열정에 빠져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다. 백년 세월 동안 견고한 이론을 뛰어 넘으려면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함이 맞을 텐데, 이들은 그 틀 안에서 한계를 뛰어 넘으려 하니 안타까운 것이다. 불완전성 정리를 한번 들여다보고 시작하면 좋겠으나, 여기에는 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뛰어넘기를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뛰어넘으려면 방법을 달리 하라는 구경꾼의 말이다.
실제 대화의 한 장면을 약간 변형해서 인용하겠다.
- 효율을 두 배 이상 올릴 수 있는 장치를 발명했으니 투자해주세요.
= 효율 1% 올리기도 어려운데 두 배요? 대략의 원리라도 설명 가능한가요?
- 그건 내 노우하우니까 말할 수 없고, 무조건 자신 있습니다. 투자해주세요.
= 일단, 개념 실증 차원에서 ㅇㅇ금액 정도로 축소 모델 수준에서 증명해보면 어떨까요?
- 그건 안 됩니다. 이건 무조건 실제 크기로 해야만 합니다. 투자해주세요.
나는 이들을 우격다짐 사기꾼이라 폄하하기는 싫다. 다만, 너무나 자신만의 관점에 빠져 있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투자의 세계뿐만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자기만의 관점에서, 앞서간 위대한 정신들이 발견해놓은 원리들을 무시한채 본인의 정신세계에만 몰두하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 빛보다 따른 정보 전달 방법을 찾아낸다면 아인슈타인도 기뻐할 것이다. 어느 한 분야의 경지에 오른 이들은 자신의 업적이나 기록이 깨지는 것을 겸허하고 기쁜 마음으로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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