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무한에 관한 상상

초끄네끼 2022. 10. 18. 13:17

무한.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는 세상.

 

실수에는 유리수와 무리수가 있다. 무리수는 유리수보다 한 수준 더 높은 무한의 성격을 가진다.

 

무리수에는 우주의 모든 정보를 다 담을 수 있다. 아, 우주가 유한하다면 그 모든 정보를 다 담은 것은 이미 무리수가 아니라 유리수가 된다.

 

원주율 파이는 대표적인 무리수 중 하나다. 그런데 파이는 정의 자체가 '원둘레 / 지름'이라는 비율이다. 원둘레도 유한하고 지름도 유한한데 이를 나눈 값인 파이는 분명 크기는 유한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소수점 아래의 숫자들을 정보로 환산하면 무한한 양이 된다.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크기는 2의 제곱근이다. 이것 역시 일찍부터 배우는 무리수 중 하나다. 여기에도 무한한 정보가 들어간다.

 

유리수의 무한은 셀 수 있고, 무리수의 무한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유명한 증명이 있다. (괴델의 걸작이다.) 유리수는 두 정수의 비율이기 때문에 정보의 양은 유한하다. 그런데 무리수는 결코 반복하지 않으면서 끝없이 소수점 이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모든 무리수는 그 각각이 무한한 정보를 담고 있다.

무한한 정보를 담은 무리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무한히 많다.

 

우주가 무한할지도 모른다는 추론이 점점 자주 거론되고 있다. (물론 우주의 무한성에 대한 관측과 증명은 아직 없다.) 무한한 공간에 펼쳐진 무한한 개수의 원자들은 무한한 경우의 수로 뭉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일 우주가 무한하다면 저 멀리 어딘가에는 태양계와 똑같은 세계가 있을 수 있고, 그 중에는 지금 글을 쓰는 나와 구분할 수 없는 완전 똑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존재는 무한한 경우의 수로 존재한다. 물론, 저 멀리의 나와 여기의 내가 대화를 할 수 없다는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유한한 크기의 숫자에 담길 수 있는 무한한 정보. 내 능력으로는 이것보다 더 나아간 추론을 할 수 없지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우주와 수학에 대한 신비감이랄까 경외심은 점점 더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