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공개된 영화 패신저스는 장기 우주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자체도 참 멋지지만 거기에 나오는 우주선이 정말 멋있게 생겼다. 영화 내내 우주선 외부 광경은 다소 어둡게 나와서, 우주선의 전체 모양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스케치를 인터넷에서 찾았다.
아서 클라크의 소설 라마에는 외계인이 만든 원통형 우주선이 나온다. 원통의 회전을 통해 원심력을 만들고 이를 인공 중력으로 활용한다는 과학기술적 배경이 잘 설명되어 있다. 라마의 원통형 우주선은 길이 50km, 반지름 8km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다. 패신저스 우주선은 아마 km 단위 정도는 되는 크기일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중력은 지구라는 커다란 행성의 질량이 발휘하는 힘이다. 지구는 자전을 하기 때문에 적도에 가까울수록 표면의 물체를 밖으로 튕겨내려는 원심력이 작용하고, 반면 자전으로 인해 적도가 약간 부풀어 오른 모습이라 극지방에 비해서는 지구 중심과 적도와의 거리가 약간 더 멀다. 이런저런 요소를 다 감안해도 지구 표면에서의 중력 가속도는 9.81m/s^2이라는 평균값에서 별로 차이나지 않는다. 극지와 적도 사이의 중력 가속도 차이는 0.05m/s^2 즉, 평균값에서 0.5% 정도 남짓하다. 사람으로서는 그 차이를 못 느낀다.
우주에 장기 거주하려면 인공 중력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사람이 무중력 공간에 너무 오래 노출되면 여러 건강 문제를 겪게 된다. 저중력이나 무중력 장기 거주에 따른 신체 변화로 인해 지구로 되돌아와서 겪는 문제는 실제 우주 탐사 뿐만 아니라 여러 과학 소설과 영화에서도 자주 다루고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와 똑같은 1G 중력가속도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답이다.
이러한 인공 중력을 만드는 방법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수준에서는 딱 3가지가 있다.
첫째, 패신저스나 라마에서처럼 기본적으로는 원통 또는 고리형 우주선을 만들고 이를 돌려서 원심력을 만들어 중력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둘째, 우주선 자체를 끊임없이 1G로 가속하는 것이다.
셋째, 우주선을 지구만한 질량과 크기로 만들어 중력을 만든다.
반중력은 상상만 할 뿐, 아직은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위에 언급한 세가지는 다루기 쉬운 또는 실현하기 쉬운 순서이기도 하다. 역순으로 하나씩 보자.
지구만한 우주선은 물리적으로는 상상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지구 자체를 우주선 삼아 우주로 날리지 않는 한. (이런 내용을 다룬 중국 영화도 있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우리는 지구라는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선이긴 하지만, 약간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지구를 우리 맘대로 조종하지는 못하는 수준이니까.
우주선을 꾸준하게 1G로 가속할 수는 있는데 문제는 거기에 소모되는 에너지다. 그리고 단지 몇 명이 타는 수준이 아니라 초장기 우주 거주나 여행을 위해 몇 백명 이상이 타는 규모로 봤을 때 이 큰 우주선을 1G로 가속하는 것에는 두 가지 실용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지구 주위에서 장기 거주하는 우주선으로는 부적합한 해결책이다. 끊임없는 선형 가속은 반드시 어디론가 가야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1G 가속은 성간 여행을 위해서는 충분히 고려 가능한 방식이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여정 가운데쯤에서 가속 방향을 반대로 즉, 감속하는 과정이 또 필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에너지가 들어간다. 또한 감속하기 위해서는 우주선의 방향을 반대로 돌리거나 또는 추력 자체를 반대로 돌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탑승 생명체 전체가 겪어야 하는 불편함이 일시적이나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가장 쉬운 방식은 돌리는 것이다. 이제 계산으로 들어가보자. 원심 가속도는 회전체 반지름에 각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이다. 우주선 반지름이 작다면 빨리 돌리면 되고, 꽤 큰 우주선이라면 천천히 돌리면 된다. 목표는 지구 표면 중력 가속도.
변수가 두 개(반지름과 각속도)이기 때문에 우리는 실용적인 적절한 답을 찾으면 된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주선을 무작정 크게 만들기는 어렵다. 지금 당장의 기술로 만들 수 있는 반지름 10m 규모의 원통형 우주선 크기라면 1분에 10회전을 해서 1G를 만들 수 있다. 이 정도라면 바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규모의 회전형 우주선에는 문제가 있다. 방금 계산한 1G는 어디까지나 우주선 내벽에 찰싹 달라붙어 있을 때의 값이다. 그런데 사람은 키가 있다. 발바닥에서는 1G를 느끼겠지만 머리 정도 높에서는 0.8G 남짓 느낀다. 사람의 평균치 수준에서 20% 가까운 중력 가속도 차이를 느낀다면, 이거 잠시라면 재밌는 경험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건강에 분명히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누워서 잘 때, 서서 일할 때의 중력 느낌이 다 달라질 것이니.
한편 성간 비행을 고려할 정도라면 최소한 몇 백년의 대대손손 삶을 닫혀 있는 우주선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반지름 10m 규모의 우주선은 결코 정답이 아니다. (냉동인간 방식은 논외로 하자. 너무 길어진다.)
1분에 1회전이라면 어떨까? 이 경우 우주선 반지름은 900미터 정도가 된다. 우주선 둘레는 5.6km. 사실 현재 기술로는 당장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인류가 뜻을 모은다면 가까운 미래에 만들 수 있는 규모 정도이기도 하다. 우주선이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사람 평균키 정도에서 느낄 수 있는 중력 가속도 차이는 극지와 적도의 중력 차이보다도 작다. 즉, 일상에서는 못 느끼는 수준이 된다.
또한 이렇게 큰 우주선 안에 어떤 건물을 지어도 그게 약 50m 정도 높이라 하더라도 건물 꼭대기와 표면 사이의 중력 차이는 6% 남짓 된다. 우주선 내부 표면에서 축구나 야구를 해도 공의 궤적에서조차 큰 차이를 못 느낄 것이다.
둘레가 5.6km에 이르는 우주선을 건조할 경우 기왕이면 우주선 길이(이제는 폭이라고 불러야 할까?)도 그 지름은 2km 정도로 해보자. 이 경우 내부 표면적은 약 10평방km 정도 된다. 우주선 내 거주자 입장에서 보면 폭이 2km 정도되는 위로 휜 도시가 5km 정도 펼쳐지는 것이다. 몇 대를 이어가는 장기 거주를 위한 공간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비유를 위해서 검색을 해보니 마침 서울시 중구가 딱 이 정도 면적이다. 그런데 서울 중구 인구는 13만이 넘는다. 우주선 내 인구로는 너무 많다. 단지 상상이지만 우주선 내 인구가 천명에서 5천명 정도라면 다양성과 쾌적함을 다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미국 항공모함 한 대의 승선 인원이 약 5천명 정도라는데 숫자가 이 정도 되면 배 안에서 탈영이나 범죄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작은 도시 규모이니까.
우리의 우주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초 탑승 인원은 선별에 선별을 거쳐 엄선된 사람들이 타겠지만 이들의 자손이 대를 이으면서 인구는 최초 탑승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범죄 등은 항상 조심하고 대비해야겠지. 아까 냉동인간 주제를 제외했듯이 사회적 현상에 대한 분석도 여기서 멈추자. 너무 길어질 뿐더러 내 능력 밖이다.
자, 이제 우주선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이 우주선을 어디다가 둘 것이냐, 또는 어디로 멀리 보낼 것이냐 문제가 남는다.
지구 주위에 둘 것이라면 아까 말했듯이 인류가 뜻만 모으면 한 세대 안에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 멀리 보낸다면? 가까이는 달이나 화성으로, 멀리는 태양계 너머로.
태양계 안에 머무를 장기 거주 우주선이라면 당장 태양 에너지를 쓸 수 있다. 그런데 태양계 너머라면? 몇 백년, 아니 몇 천년을 이을지 모를 그 고립된 세계를 위한 에너지원은 무엇이 좋을까?
나는 그 답이 수소 핵융합이라 생각된다. 우주선 앞쪽으로 거대한 막을 펼쳐 전진 비행 동안 우주 공간의 희박한 수소를 모으고 이를 계속 태우는 (융합) 방식. 이건 어릴 적 읽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도 언급된 에너지 채집 기술 중 하나다.
소설 라마를 읽은 지 오래되어 소설 속 우주선의 에너지원이 무엇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성간 비행 동안은 얼어 있다가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태양 에너지를 이용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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