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정말 천재다. 빛의 속력은 어떤 조건에서도 일정할 것이라는 단순한(?!) 가정에서 출발하여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상대성 원리를 만든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천재도 시대적 제약 즉, 관측 기술이 아직 덜 발달하고 등등의 한계로 인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들어낸 (또는 발견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상대성 원리는 우리 일상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대표 작품이 GPS다. 물론, 그가 GPS까지 고안한 것은 아니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GPS를 만드는 핵심 이론 배경이 되었다.
아인슈타인도 미처 몰랐던 우주 팽창은 시간의 방향만 거꾸로 해서 상상하면 언젠가 이 광대한 우주는 아주 작은 영역에서 출발했다는 자연스런 추론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빅뱅이라는, 심지어 아이돌 그룹 이름에도 쓰인, 태초의 우주에 관한 이론과 관측으로 발전하였다.
우리는 에너지를 쓰면서 살아간다. 에너지는 엔트로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열은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흐르며 언젠가는 이 모든 우주가 활용 불가능한 수준으로 열 평형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은 물리학적으로 여전히 타당하다. 아마 초등학생 고학년 또는 중학생 즈음에는 확실히 배울 각종 에너지 이름들이 있다. 기계 에너지, 화학 에너지, ... 도대체 에너지란 무엇인가? 나는 잘 설명을 못하겠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밥을 먹어야 산다는 지극히 당연한 깨달음에서도 사례를 알 수 있다.
밥. 쌀로 만든다. 쌀은 벼에서 얻어진다. 벼는 광합성을 해야 자라며 광합성에 필요한 에너지는 햇빛이 제공한다. 해는 별의 일종이며 별 에너지는 핵융합에서 나온다.
과학과 그 주변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광합성 없이도 생명 활동을 하는 생물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바다 저 깊은 곳의 열수공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햇빛 한 가닥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독립 생태계는 이미 발견된지 한참 되었다. 열수공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올까? 지구 맨틀 깊은 곳에서 뜨거운 용암이 뿜어내는 열이 그 근원이다.
광합성을 위한 햇빛도 열수공의 에너지도 뭔가 뭉쳐 있는 데서 나온다. 그 진짜 근본은 중력이다. 수소 덩어리를 무지막지하게 내리 누르는 압력과 그에 수반되는 열로 별 속의 핵융합이 이루어지고, 지구 깊은 곳에서 움직이는 고온의 액체 암석(용암)이나 녹은 금속이 열수공 에너지의 근본인데 이것 역시 중력이 제공하는 위치 에너지에서 비롯된다.
물론, 지구가 가진 따뜻한 열의 일부는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데 방사성 원소는 애초 별의 심장부에서 또는 별이 죽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극적인 현상을 통해 만들어진다. 다시금, 별이 가지는 에너지의 근원은 중력이다.
핵분열을 통한 에너지 제공의 대표 주자인 원자력 발전에 우라늄이 필요하고 우라늄은 별들이 만들어준 것이니 역시나 중력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소와 헬륨을 이용한 핵융합이 점점 실용화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중력의 도움 없이 원래 우주에 존재하던 수소를 뭉쳐서 핵융합을 하는 것이니 이건 중력과 상관없지 않나?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기술을 만드는 지적 존재인 우리는 많은 탄소와 수소와 질소와 기타 등등 원소로 이루어진다. 탄소나 질소는 별들의 핵융합 없이는 나타날 수 없는 원소들이고, 우리는 다시금 중력이 제공하는 위치 에너지에 고마워해야 한다.
위치 에너지 또는 중력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그 근원은 빅뱅이다. 빅뱅이 없이는 물질이 만들어질 수 없었고, 물질이 없는 곳에서는 중력이 나타나지 않는다. 돌고 돌아 다시 빅뱅으로 왔다.
빅뱅이 나타나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공간과 함께 우주를 만들었고 이렇게 사방으로 흩어진 에너지는 식어가면서 물질화되고 이것이 수소와 헬륨이 되면서 뭉쳐서 별이 되고 별의 중심에서 핵융합으로 더 다양한 원소가 만들어지고, 별이 죽어가면서 이따금씩 터지며 더 다양하고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빅뱅은 왜 나왔는가? 그건 나도 모른다. 뛰어난 학자들이 지금도 연구 중인데 내가 어찌 대답할 수 있을까?
인간 원리라는 매우 신비함을 불러 일으키는 용어도 물리학자들이 만들었다. (나는 지금 물리학자라는 단어 안에 천문학이나 우주론을 다 포함하고 있다. 내 꿈도 원래는 천문학도였으니 천문학자들은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마시기를.)
자신을 지켜볼 지적 존재가 없다면 우주도 그 의미가 없다는 이 오묘한 표현, 인간 원리.
간단한 말을 너무 길게 쓴 감이 있다. 빅뱅은 에너지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그 에너지가 왜 태어났는지, 빅뱅이 왜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근본적인 답이 나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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